market2026년 2월 26일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 과연 공정한 울타리인가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 과연 공정한 울타리인가

KBR Research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와 공정성 문제를 6편의 시리즈로 나누어 다룹니다. 원화마켓 쏠림, 1거래소-1은행 관행, 거래소 만능체제, 정보 비대칭, 글로벌 경쟁력, 제도 개선 방향까지 연속적으로 살펴봅니다.

서두: 공정과 보호 누구를 위한 것일까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규제 담론은 늘 '공정'과 '보호'라는 단어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협의 보도, 그리고 바이비트·OKX·코인베이스 등 해외 사업자의 M&A를 통한 한국 진출 가능성이 기사화될 때마다 반복되는 흐름을 보면, 오히려 그 언어가 실제로는 이미 형성된 거래소 중심 구조와 독과점을 고착화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에게 동일한 잣대처럼 보이지만, 실무 단계에서의 해석 불확실성과 승인 지연, 접근 경로의 비대칭이 누적될수록 결과는 새로운 경쟁은 약화되고, 기존 구조는 '공정'이라는 미명 아래 더 단단해집니다.

특히 최근 논의되는 대주주 지분 15% 내외(혹은 15~20%) 상한 같은 구조적 규제는, 신규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M&A를 통한 시장 재편 자체를 사실상 제한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규제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이런 일률적 상한은 진행 중인 인수 협상이나 향후 투자 유치의 기대수익을 훼손해 '시도 자체'를 줄이고,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시장 구조를 고착화할 유인을 강화합니다.

고팍스–바이낸스 사례는 이 구조의 역설을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바이비트나 OKX 같은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이 막히는 동안,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 인수는 규제 검토 지연으로 인해 장기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웠고, 결국 "M&A가 성사되더라도 시장 경쟁을 즉시 촉발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런 성장 산업에서 대주주의 강한 드라이브와 자본력은 단순한 지분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고도화, 리스크 관리 역량, 수수료·상품 경쟁, 투자와 인재 유치로 이어지는 경쟁 촉발의 엔진이 될 수 있는데, 제도가 그 동력을 장기간 무력화시키면 시장 참여자가 얻을 선택지와 효용도 함께 줄어듭니다.

더 중요한 점은 가상자산이 본질적으로 완성된 산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미국조차도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단일 프레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수의 법안과 규제 프레임이 경쟁하고, 시장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규범이 계속 업데이트되는 중입니다. 이처럼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시장에서 경쟁의 본질은 사업자의 역량과, 시장과 소통하며 신뢰를 구축하려는 의지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규제가 그 경쟁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보호는 혁신의 대가가 되고 공정은 진입 봉쇄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한국 가상자산시장이 현재와 같은 '고착화된 거래소 형태의 시장'으로 형성되어 온 과정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제도적 경로의존성과 경쟁 제한의 한계를 짚어보려 합니다. 나아가 해외 사업자의 진입과 M&A,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한국 시장에서 어떤 조건 아래 가능해질 수 있는지, 소비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발전적 규칙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 아래와 같이 시리즈를 기고합니다.


시리즈 구성: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 과연 공정한 울타리인가

  • 서두: 공정과 보호 누구를 위한 것일까 (본문)

  • 제1편: 원화마켓 쏠림, 공정 경쟁의 그림자 – 국내 가상자산 원화마켓(법정화폐인 원화로 거래하는 시장)에 거래가 집중되며 업비트와 빗썸 양강 체제가 굳어진 현황을 짚는다. 두 거대 거래소의 독과점이 가져온 경쟁 제한 효과와 시장 공정성 문제를 데이터와 함께 분석한다.

  • 제2편: '1거래소-1은행' 관행과 신규 진입 장벽 – 거래소와 은행 간 실명계좌 독점 제휴(1거래소-1은행) 관행을 다룬다. 이 은행 실명계좌 연계 제도가 어떻게 신규 사업자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했는지, 또 기존 사업자의 지위 고착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본다.

  • 제3편: 거래소 만능체제의 함정: 상장부터 보관까지 – 국내 거래소들은 상장 심사, 자산 보관(커스터디), 시세 결정, 거래 지원 등 복합 기능을 한 곳에서 수행한다. 이러한 거래소 만능체제가 가져올 수 있는 이해상충과 경쟁 왜곡 가능성을 짚어보고, 전통 금융시장과의 구조적 차이를 비교한다.

  • 제4편: 정보 비대칭과 이용자 보호의 공정성 – 코인 정보 비대칭과 투명성 부족이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현재의 이용자 보호 정책에는 어떤 공정성 논란이 있는지 논한다. 공시 부족, 불공정 거래 의혹, 해킹 및 사고 시 정보격차 문제 등을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 제5편: 글로벌 경쟁력 관점에서 본 한국 시장의 한계 –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한국 가상자산 시장 구조의 제한점을 분석한다. 해외에 비해 폐쇄적인 원화 위주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김치프리미엄 등 국내 시장의 특수성과 그 한계를 진단한다.

  • 제6편: 공정한 시장을 위한 혁신과 제도 개선 – 앞선 분석을 바탕으로 경쟁을 통한 혁신 유도 방안과 정책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실명계좌 제도 개선, 상장 투명성 제고, 시장 감시 체계 보완 등 제도 개편의 구체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로드맵을 모색한다.

본 리포트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