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R Research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의 원화마켓 집중과 업비트·빗썸 양강 체제, 시장 집중이 불러온 경쟁 제한·공정성 이슈, 그리고 1거래소-1은행 제도 등 배경을 분석합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은 원화마켓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투자자들은 편의상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거래소를 선호하며, 그 결과 업비트와 빗썸 두 거래소로 거래량이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2025년 초 기준 이들 두 거래소가 국내 시장 거래량의 약 98%를 차지하여 사실상 양강 독점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1]. 이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단 기준(상위 3개 사업자 합계 점유율 75% 이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극도로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중소 거래소들은 나머지 2% 남짓의 점유율을 분산해 가진 상태로, 시장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이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앞자리 바뀐 ‘업비트’ ... 점유율 70% 무너졌다」, 2026.1.5. (자료: CoinGecko)
상기한 양강 구도는 2021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 시행 이후 더욱 굳어졌다. 당시 정보보안 요건과 은행 실명계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수십여 개의 중소 거래소들이 문을 닫거나 코인 간 거래만 지원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원화로 직접 거래가 가능한 소수의 거래소만 생존했다. 현재 원화 입출금을 지원하는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소위 "4대 거래소"에 국한되며, 이 중에서도 업비트와 빗썸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신규 투자자와 자금이 이들 상위 거래소로 몰리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구조다.
소수 거대 거래소에 시장이 집중되면서 여러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다. 경쟁 부족으로 인한 대표적인 영향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들은 원하는 서비스를 위해 특정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화마켓을 제공하는 거래소가 극소수이다 보니, 이용자는 해당 거래소들의 거래 환경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업비트에서 제공하지 않는 코인이나 기능을 찾으려면 다른 국내 거래소로 갈 선택지가 거의 없다시피 하며,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려 해도 언어 장벽이나 규제 이슈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현행 1거래소-1은행 제휴 구조상, 다른 거래소로 옮기려면 새로운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따른다[2]. 이처럼 높은 전환 비용은 이용자를 특정 거래소에 묶어두어 경쟁을 저해한다.
그림 2: 1거래소-1은행 [출처: 매일경제TV]
경쟁 부재는 수수료와 서비스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당시, 업비트와 빗썸은 나란히 거래 수수료를 기존 0.1%대에서 2%대로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빗썸의 경우 한때 수수료를 4%대로 올리겠다는 발표까지 내놓았을 정도였다. 이는 두 지배적 사업자가 담합에 가까운 행보로 수수료를 올려 이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사례로 큰 논란을 불렀다. 금융당국이 "수수료율을 합리적 수준으로 산정하라"며 즉각 제동을 걸자, 빗썸은 불과 4시간 만에 계획을 철회했지만, 이 사건은 경쟁 부재 시 소비자 이익이 쉽게 침해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만약 충분한 경쟁자가 있었다면 이처럼 급격한 수수료 인상이 시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림 3: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비교
독과점 시장에서는 사업자들이 굳이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지 않아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대형 거래소들은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수료 수익에 안주하여 신규 코인 선별 기준의 투명화나 투자자 편의 서비스 개선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일례로 거래소들의 상장심사 절차 공개,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 24시간 고객응대 시스템 등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중요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업계 전반의 자발적 개선 움직임은 더딘 편이었다. 경쟁을 통한 서비스 품질 향상 압박이 약하면, 결국 피해는 이용자 몫으로 돌아간다.
거래량 독점으로 특정 거래소의 시세가 곧바로 국내 시장 가격을 좌우하게 되면, 투명한 가격형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지배적 거래소 내에서 자전거래나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해도 외부에서 이를 감지하거나 교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해당 거래소의 내부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공정한 가격이라고 믿기 어려워진다. 이는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렇듯 심각한 시장 집중이 형성된 데에는 제도적·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그 중 핵심으로 지목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은행 실명계좌 제휴 관행이다. 2018년 이후 시행된 이른바 "1거래소-1은행" 룰은 한 은행이 한 거래소하고만 제휴를 맺고 원화 입출금 계정을 제공하도록 한 비공식 규제였다. 법률이나 시행령에 명시된 규정은 아니지만, 당시 자금세탁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강제력을 갖고 이어져 온 것이다. 이 제도로 인해 원화마켓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시중은행을 파트너로 확보해야 한다는 진입장벽이 생겼다. 그러나 보수적인 시중은행들은 신규 거래소와 제휴를 꺼리는 경향이 컸고, 그 결과 신생 거래소들은 은행 제휴를 거의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결국 원화마켓을 열 수 있는 사업자가 제한되면서 기존 상위 거래소(업비트 등)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참고문헌